앵커: 김정은 총비서가 이른바 ‘애국풀’로 명명한 사료 작물은 중국에서 도입한 개량종 사탕수수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 매체들은 여전히 애국풀 재배가 양호하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축산사료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애국풀’을 많이 심어 가축 사료문제를 해결하고, 젖소의 마리 수를 크게 늘리겠다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야심찬 계획이 좌절되고 있습니다.
양강도 축산부문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5일 “애국풀은 2015년 8월, 인민군 810군부대 산하 1116호 농장에 들른 김정은이 중국으로부터 도입한 사탕수수에 붙여준 이름”이라며 “그럼에도 우리 언론들은 애국풀이 사탕수수라는 사실을 숨기고 우리 과학자, 기술자들이 새로 개량한 식물로 선전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애국풀을 대대적으로 재배해 젖소 마리 수를 크게 늘릴 것을 지시했다”며 “애국풀 재배를 위해 황주군 광천리에 있는 인민군 122 양묘장에 애국풀 모종을 생산해 전국의 젖소 목장들에 보내줄 것도 지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 “그렇게 수 년간 피 타게 노력했으나 애국풀의 재배면적은 늘어나지 않았다”면서 “양강도 젖소목장의 경우만 놓고 보아도 사료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젖소 마리 수를 크게 늘리겠다던 최근 몇 년간의 계획을 접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애국풀 재배에 실패하면서 이제 사료문제는 양강도만이 아닌 젖소를 키우는 모든 목장들의 고민거리가 되었다”며 “애국풀 재배에 남보다 앞장서던 평안북도의 젖소목장들과 세포등판 축산기지에서도 지금은 중앙의 강요로 애국풀을 재배하는 흉내만 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국풀은 추위에 매우 약한데다 가뭄에 취약해 벼를 심어야 할 논에서 재배해야 한다”며 “또 기계수단이 없이 순수 인력으로 한 해에 4번씩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고, 수확한 애국풀의 보관과 관리도 쉽지 않다”고 소식통은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변에 흔한 강냉이와 밀, 보리 짚으로 얼마든지 애국풀을 대신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되었다”면서 “강냉이와 밀, 보리는 낱알을 털어낸 후 짚을 사료로 이용하는 것이어서 국가 알곡생산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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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강원도의 한 축산부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7일 “애국풀을 대대적으로 심어 축산혁명을 일으킬데 대한 김정은의 지시는 2015년 8월에 있었는데 세포등판 축산기지는 이러한 지시가 있은 때로부터 2년 후인 2017년 10월에 준공했다”며 “때문에 세포등판 축산기지는 처음부터 애국풀을 심을 수 있도록 사료 경작지를 조성해 놓은 상태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세포등판 축산기지는 애국풀을 대규모로 심어 축산사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며 “세포등판 축산기지가 조성된 강원도 평강군과 이천군, 세포군은 바람이 너무 거세 키가 2미터 이상으로 밀식재배를 해야 하는 애국풀이 적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앙의 독촉에 떠밀린 ‘2월 17일 과학자, 기술자 돌격대’가 세포등판에 방풍림을 조성하고, 지하수를 퍼올려 애국풀을 재배하려고 거듭 시도했으나 주변의 무관심으로 끝내 실패했다”며 “애국풀 재배에 실패하면서 세포등판 축산기지의 전망도 어두워졌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애국풀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재배조건이 매우 까다로운데다 수확과정이 기계화되지 못해 많은 인력이 필요했던 사정도 있었다”면서 “궁극적으로 애국풀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사료작물이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지금 전국의 수많은 젖소목장들이 사료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젖소 마리 수를 늘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럼에도 목장들에서 애국풀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애국풀의 재배와 관리, 보관, 가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
https://www.rfa.org/korean/in_focus/food_international_org/cow-pasture-10082024092047.html